본문 바로가기

<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>

by chan's chance 2023. 11. 9.
출처 : 교보문고

지난 10월 어느 주말, 서촌을 지나다 어느 책방에 들르게 되었다. 책을 구매하자, 주인분께서 도장을 가장자리에 찍어주셨는데, 그 도장에 새겨진 '서촌 그 책방' 이라는 문구를 통해 책방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.
 
이 책을 구매하게 된 이유는 뭔가 나에게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겪었기 때문이다.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멜로디가 흐르고 있음을 눈치챘다. 사카모토 류이치 작곡가의 <A Flower Is Not A Flower> 였다. 그리고 책이 놓여져 있는 선반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 바로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. 도저히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순간.

그의 이름은 내 중학교 시절 <Merry Christmas, Mr.Lawrence> 라는 곡을 처음 접하고 크게 인상에 남았다. 그 뒤로 가끔 생각날 때 마다 그의 곡들을 들어왔지만, 최근 몇 년은 손이 가지 않아 듣지 않고 있었다. 그러다  지난 겨울, 그의 암 판정 이후의 삶을 다큐로 녹여낸 <CODA>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. 그 영화를 통해, 그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사람과 음악을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다. 아쉽게도, 머지 않아 작고 소식을 듣게 되었고, 그 이후로는 더는 나오지 않을 그의 음악을 듣고 있다.
 
책의 제목은 그가 1990년 영화 <마지막 사랑>에 등장한 원작자 폴 볼스가 읊조리던 말의 일부를 따 만들어졌다. 그는 2021년 1월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, 병실에서 불현듯 "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" 라는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.
 
영화 <CODA>를 보면서도 느꼈지만, 책을 읽으며 그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참 소년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. 죽음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장례식에 재생할 목록들을 끝까지 수정을 했던가 하면, 코에 산소 공급용 호스를 꼽고 병실에 누워서도 원격으로 무대를 지휘했던 것 등. 70년을 살았지만 210년을 보낸 것 같다는 한 가족의 말처럼 정말 그의 시간은 하나로 흐른 게 아니라 3개, 어쩌면 그 이상의 선으로 흐른 것 같았다.
 
앞으로 보름달을 보면 그의 음악이 떠오를 것 같다. 11월이 되면 유재하의 음악이 듣고 싶은 것 처럼 

댓글